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학술지 Molecular Psychiatry에 발표된 최신 연구 결과가 의학계에 충격을 던지고 있습니다. 비록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아니지만 동물 실험에서 알츠하이머 치매가 뇌에서 시작되는 병이 아닐 수 있다는 소견을 발표하였습니다. 연구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치매가 기억력이 떨어지기 훨씬 전, 이르면 20년 전부터 장에서 먼저 시작된다는 사실을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그 가장 이른 경고 신호가 바로 변비, 복부 팽만, 소화 불량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평소 아침 화장실에서 겪는 그 불편함이, 10년 뒤 20년 뒤 뇌에서 일어날 일을 미리 알려주는 신호일 수 있다는 뜻도 된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저는 35년간 양생의사로 진료 하면서 여러 사람들의 뇌기능 변화 과정을 자세히 지켜봐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장과 뇌의 연결에 관한 연구들이 정말 많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서 제가 주장해온 양생 철학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새삼 느끼면서 희열과 동시에 충격도 받고 있습니다. 저는 오래 전부터 치매가 뇌만의 질환이 아니라 '몸 속 환경'이 열악해지면서 맨 마지막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래서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뇌에 국한된 좁은 시야만 가지면 안되고 전신에서 '몸속 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을 찾아 몸을 정화시킴으로써 해결해야 한다고 역설해 왔습니다. 그래야만 진정으로 치매의 치료 방침이 결정되고 예방을 통한 관리가 가능할 수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만약 치매의 시작이 장내 환경의 악화로 인해 발생한 독소가 점진적으로 퍼져서 뇌 속까지로 침투해 들어간 것이라면 현행과 같이 치매를 약으로 치료하려는 시도는 완전 무의미해지며 구강이나 장 속 환경을 깨끗하게 정화시키는 작업을 선행 또는 병행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접근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기존 주류의학의 위치와 관점을 완전 뒤집는 혁명적인 생각이라서 현재 주류의학계가 이를 인정하면서 받아들여 수용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입장일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하는 양생의학의 관점에서는 약이 아니라 몸속 환경 청소를 통해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 늘상 추구하는 목표이기 때문에 이 연구가 제시한 결론이 저에게는 매우 적절하게 부합하여 이를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연구 결과 소개
세계적인 학술지 Molecular Psychiatry에 발표된 최신 연구에서는 치매를 일으키는 독성 단백질, 즉 아밀로이드 베타가 뇌보다 장에서 먼저 축적되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찾아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뇌가 아니라 장에서 먼저 시작된다는 말입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지금부터 하나씩 설명해보겠습니다.
아밀로이드 베타, 그것은 무엇인가?
우리 몸의 세포들은 매일 열심히 일하면서 노폐물을 만들어냅니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그중 하나입니다. 뇌세포가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단백질 찌꺼기입니다. 이것이 조금 생기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습니다. 건강한 몸이라면 이것을 제때 청소하고 배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찌꺼기가 제때 청소되지 않을 때 시작됩니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끈적끈적한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청소가 안 되면 서로 엉겨 붙기 시작합니다. 뭉치고 굳어져서 플라크라는 딱딱한 덩어리가 됩니다. 이 덩어리들이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 전달 통로를 막아버리면서 기억력이 떨어지고 언어 능력이 저하되고 결국 치매로 이어지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기존에 알려진 주류의학에서 말하는 치매의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입니다.
장에서 뇌로 — 아밀로이드의 충격적인 이동 경로
그런데 새로운 연구가 밝혀낸 사실은 이 과정이 뇌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장에서 먼저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우리 장 속에는 약 4억 개 이상의 신경세포가 있습니다. 뇌 다음으로 신경세포가 많은 기관입니다. 그래서 장을 제2의 뇌(the second brain)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연구진이 알츠하이머 초기 단계를 추적한 결과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기억력 저하가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이미 장에서 아밀로이드 베타가 축적되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장 속에 아밀로이드 베타가 쌓이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장의 신경 신호 전달이 방해됩니다. 그래서 장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면서 소화 속도가 느려집니다. 음식물이 장을 통과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변비가 생깁니다. 가스가 차고 속이 더부룩해집니다. 바로 이것이 많은 사람들이 단순한 소화 문제라고 생각했던 그 증상들입니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는 이런 증상들이 사실은 장 속에서 신경 세포 주변에 이미 아밀로이드가 쌓이기 시작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신호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장에 쌓인 아밀로이드 베타는 그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혈액을 타고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결국 뇌에 도달합니다. 뇌에 도달한 아밀로이드 베타는 뇌 신경세포를 공격하고 염증을 일으키고 기억력을 지워나가기 시작합니다.
장에서 시작된 문제가 뇌의 치매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더 무서운 것은 이 과정이 완전히 조용하게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변비가 조금 심해지고 속이 조금 더부룩한 것 외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습니다. 그렇게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기억력 저하라는 증상으로 나타나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그래서 저는 양생의사로서 다음과 같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치매가 의심될 때 병원을 찾는 것은 이미 가장 중요한 예방의 기회를 놓친 뒤입니다. 진짜 예방의 기회는 지금 여러분의 화장실에서, 여러분의 식탁에서, 매일 아침 속이 더부룩한 그 순간에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장-뇌 축(Gut-Brain Axis) — 장과 뇌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이 모든 것을 이해하려면 장-뇌 축(Gut-Brain Axis)이라는 개념을 알아야 합니다.
장과 뇌는 서로 완전히 분리된 기관이 아닙니다. 미주신경이라는 거대한 신경 고속도로로 직접 연결되어 있습니다. 장에서 만들어진 신호가 이 고속도로를 타고 뇌로 전달되고, 뇌에서 만들어진 신호가 이를 따라 장으로 내려옵니다.
한 연구에서 이런 실험을 했습니다. 장내 환경이 건강한 쥐와 그렇지 않은 쥐를 비교했을 때 장내 환경이 나쁜 쥐에서 뇌의 염증 수치가 훨씬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 말은 장이 나빠지자 뇌도 함께 나빠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장내 환경을 회복시켰을 때 뇌의 염증이 줄어들고 기억력 관련 지표가 개선되는 것도 확인되었습니다.
그래서 장이 건강하면 뇌가 건강합니다. 장이 무너지면 뇌도 함께 무너집니다.
이것이 장-뇌 축의 핵심 내용입니다.
부티르산 — 이 연결고리를 지키는 천연 수호자
그런데 연구진은 아밀로이드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을 하나 더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이 과정을 여러 단계에서 동시에 차단하는 물질이 우리 장 속에 이미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 물질의 이름은 부티르산입니다.
이것은 우리 몸 안에서 만들어지는 물질입니다. 장내 유익균들이 특정 음식을 먹고 소화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산하는 짧은 사슬 지방산의 일종입니다. 약이 아니고 영양물질이라는 겁니다.
부티르산이 하는 일은
첫째, 장 속에서 아밀로이드 베타가 쌓이는 것을 직접 억제합니다. 아밀로이드를 만드는 효소는 약화시키고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효소는 활성화시킵니다. 그래서 적이 들어오는 문은 닫고 청소부는 더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둘째, 장 장벽을 튼튼하게 만듭니다. 장 점막 세포들의 에너지원이 되어 세포 간의 틈을 줄이고 독소가 혈액으로 새어나가는 것을 막아줍니다. 아밀로이드가 혈액을 타고 뇌로 이동하는 경로 자체를 차단하는 것입니다.
셋째, 뇌의 염증을 직접 줄여줍니다. 장뿐 아니라 전신의 염증 신호를 낮추고 뇌-혈액 장벽을 보호해서 뇌 속으로 유해 물질이 침투하는 것을 막아줍니다.
넷째, 신경세포 간의 연결을 유지시킵니다. 기억을 저장하고 불러오는 데 필요한 신경세포 간의 소통이 끊어지지 않도록 보호해줍니다.
이처럼 부티르산은 장에서 뇌까지 이어지는 치매의 진행 경로를 처음부터 끝까지 동시에 차단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이 물질을 천연 뇌 보호제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입니까? 뇌속 아밀로이드 베타가 축적되는 것을 막아주는 천연 물질이 우리 몸 속에 그것도 장 속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우리에게 희망적이고 조물주의 축복인지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부티르산을 늘리는 방법
그렇다면 이 부티르산을 어떻게 늘릴 수 있을까요?
비싼 약을 먹어야 할까요? 특별한 영양제를 주문해야 할까요?
아닙니다. 그 방법은 집안의 식탁과 냉장고 안에 있습니다.
부티르산은 직접 섭취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장 속의 유익균들이 특정 음식을 먹고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스스로 만들어내는 물질입니다. 그러니까 부티르산을 늘리려면 장내 유익균을 살리고 그 유익균들이 좋아하는 먹이를 공급해 주면 됩니다.
그 먹이가 바로 저항성 전분과 발효 식품입니다.
저항성 전분은 우리 몸에서 소화되지 않고 장까지 내려가서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탄수화물입니다. 소화가 되지 않는 탄수화물이라고 해서 나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장내 유익균을 먹여 살려서 부티르산을 만들게 하는 아주 고마운 성분입니다.
그렇다면 저항성 전분이 많은 음식이 무엇일까요?
많은 분들이 놀랍게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식은 밥입니다.
갓 지어서 따뜻한 밥보다 한 김 식어서 차가워진 밥에 저항성 전분이 훨씬 더 많습니다. 밥이 식는 과정에서 전분의 구조가 바뀌면서 소화가 잘 안 되는 저항성 전분으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마무리
양생의사로서 저는 항상 몸속 환경을 다스리는 것이 병리적 현상과 씨름하는 것보다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도 저의 '환경 우선주의'를 옹호해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서 매우 기쁩니다.
그러나 이번 연구가 주류의학계에는 충격적인 결과로 받아들여졌을 것 같습니다.
그들은 치매를 뇌조직의 병리 현상으로 보고 아밀로이드 베타만을 없애는 약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해왔으니까요.
그렇지만 이제 우리는 제대로 알게되었습니다.
치매가 뇌에서 시작되기 이전에 장에서 시작되고 병변이 뇌 속으로 퍼지기 전에 그것을 막는 부티르산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전통적인 식단을 유지한다면 몸에서 아밀로이드 베타가 뇌 속까지 퍼지지 않게 막을 수 있습니다.
이제는 실천에 옮길 차례입니다.
오늘부터라도 식은 밥 한 공기에 김치와 된장, 청국장 같은 발효식품들을 곁들여 먹는 식생활을 유지하면 장내 유익균의 수가 늘어나고 장내 환경이 개선되어 더이상 치매를 두려워 할 필요가 없게 됩니다.
우리 모두 이런 식생활 개선 캠페인에 동참해 건강한 노년을 설계하도록 노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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